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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가가 보는 영화 시현하다 (ip:) DATE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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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가가 보는 영화

By 지선 기록가


‘영화롭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영화 미술을 전공한 지선 기록가에게는 누구보다 익숙한 형용사다. 지선 기록가에게 ‘영화로움’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몸이 귀하게 되어 이름이 세상에 빛난다’는 사전적 의미 외에도, 말 그대로 한 편의 ‘영화’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한 줄의 대사, 하나의 장면만 보고도 그 영화가 떠오르는 것처럼, 잘 남겨진 기록 하나에는 그날의 감정, 분위기가 마치 영화처럼 눈앞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로운 기록을 남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지선 기록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 네 편을 소개한다. 준비가 됐다면 레디, 액션!




안녕하세요! 신사점 첫 번째 칸 지선 기록가입니다. 여러분들은 영화를 즐겨 보시나요? 저는 영화를 볼 때면 스토리에 집중을 하다가도,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 공간과 소품, 의상 등 미장센에 담긴 의미를 찾는 과정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아마 그때부터 숨겨진 이야기를 두 눈에 보이게끔 표현하는 ‘영화 미술’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오늘은 제가 그동안 봤던 영화 중에서 시각적으로 흥미롭고, 그 의미가 다채로웠던 영화를 소개 드리고자 해요! 이번 매거진을 통해 영화 속에서 다양한 메시지들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되는지 보다 보면, 기록을 남길 때도 배경색과 의상, 소품 등에 여러분만의 의미를 담아낸 ‘영화로운’ 기록을 남기실 수 있을 거예요.



<무드 인디고>


🎬줄거리 요약: 막대한 부를 쌓은 발명가 콜랭은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클로에에게 첫눈에 반한다. 둘은 환상 같은 사랑을 하며 결혼식까지 올리지만, 클로에의 폐에 수련이 자라고 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닥친다. 비보를 들은 콜랭은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전 재산을 바치는데..


“어릴 때는 발명가나 화가가 되고 싶었다. 첫 카메라를 갖고 나서 그 둘을 합친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은 화가, 반은 발명가. 그것이 카메라를 사용하는 한 가지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미셸 공드리


그림을 그리고,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하던 어릴 적 저의 꿈은 바로 화가였어요. 그러다 우연히 카메라와 다양한 영상물을 접하며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영화 미술’이라는 전공을 선택하게 됐어요.


영화 미술을 공부하던 중 알게 된 미셸 공드리 감독은 알면 알수록 저와 비슷한 점이 많고, 그의 영화 또한 제 취향으로 가득해서 팬이 된 감독 중 한 명이에요. 공드리의 작품을 보면 어렸을 적 꿈의 영향 때문인지, 다양한 색채와 수작업으로 만든 소품이나, 세트를 활용한 창의적인 발상이 영상에 많이 녹아들어있어요. 그리고 공통적으로 ‘색’이라는 요소를 참 잘 활용하는 감독이기도 해요.



영화 <무드 인디고>는 이렇게 색을 활용하는 공드리 감독의 연출력이 빛나는 작품이에요. 주인공들이 사랑을 시작하는 영화의 초반부에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으로 연애 초기의 몽글 몽글하고 설레는 감정을 표현하다가,


여주인공 클로에가 병을 앓기 시작하며 극의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중반부터는 점점 채도가 빠지다 결국 흑백으로 끝나는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이에요. 극의 흐름을 색의 채도와 함께 녹여낸 멋진 작품인데, 영상의 채도가 변하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뤄지다 보니 영화를 보다가 그 사실을 갑자기 깨닫고 깜짝 놀라기도 했답니다. 여러분들도 <무드 인디고>를 통해 사랑하면 느끼는 감정과 이야기를 어떻게 색과 채도로 표현했는지 느껴보셨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문라이트>


🎬줄거리 요약: 남들보다 연약한 체구로 항상 따돌림을 당하던 소년 샤이론. 가족과 사회에게도 외면받던 소년은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


영화 <문라이트>는 한 흑인 아이가 소년에서 청년이 되어가는 성장담에 관한 영화에요. 그 안에서도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사랑과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색이라는 소재를 통해 잘 표현해낸 영화이기도 합니다.


“달빛을 쫓아 뛰어다니는구나. 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 너도 파랗구나. 이제 널 그렇게 불러야겠다. 블루.”



주인공이 꿈꾸는 평등한 삶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외로운 과정을 ‘달빛의 파란색’으로 풀어냄으로써 서정적이고 고독한 분위기를 화면에 잘 표현해낸 영화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색이라는 소재로 다양한 의미를 풀어내는 감독의 연출력에 놀랐던 작품이에요.


가족과 사회로부터 외면받던 주인공을 조건 없이 품어준 유일한 존재는 파란색이기에, 색이라는 존재 자체가 드넓은 바다처럼 광활하고 위대하게 느껴졌던 영화랍니다. 파란색 이외에도 다양한 색과 질감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데 그 의미와 차이를 찾아보시면 영화를 더 깊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패터슨>


🎬줄거리 요약: 패터슨 시의 버스 운전사, 패터슨.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그는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강아지를 산책 시키고,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매일이 다를 것 없이 똑같아 보이는 그의 삶이지만 사실 그의 하루에는 매일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


이 영화를 보자마자 짐 자무쉬 감독의 팬이 되어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다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결코 똑같지 않은 각기 다른 하루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연출에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았던 영화에요.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적인 미장센들 중에서, 주인공들의 의상에 숨겨진 의미들을 알려드리고자 해요.


차분하고 단정한 버스 운전기사이자, 아마추어 시인인 ‘패터슨’. 그는 매일 같은 도시락통과 비밀 노트만을 들고 출퇴근을 반복하는 똑같은 일상을 살지만, 그 속에서도 틈틈이 시를 쓰며 매일 다른 의미가 담긴 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이런 패터슨의 단조로운 일상을 색과 그의 의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특별함 없이 평범한 패터슨의 인생처럼 그의 의상도 화려하지 않은 단색의 유니폼 또는 평범한 흰 티나, 체크 무늬가 들어간 정도의 셔츠가 전부에요.


이런 패터슨에게 시적인 영감과 일상의 활력을 주고, 단조로운 그의 일상에 리듬감을 주는 아내 ‘로라’. 로라는 패터슨과 달리 화려하고, 반복적인 패턴이 들어간 옷을 입고, 그녀의 공간 또한 블랙 앤 화이트의 패턴이 가득하죠.



영화 <패터슨>처럼 개인의 성격과 특성은 의상과 소품, 색과 패턴으로도 표현할 수 있어요. 의상과 색을 활용한 적극적인 표현 방법으로 시각적으로도 흥미롭고, 다양한 의미를 분석할 수 있었던 영화에요. 저의 인생 영화인만큼 정말 추천합니다!



<메기>


🎬줄거리 요약: 평화로웠던 마리아 사랑병원이 민망한 엑스레이 사진 한 장으로 발칵 뒤집혔다. 간호사 윤영은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과 남자친구라고 생각하고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리고 싶은 영화는<메기>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메기’라는 소재 자체가 평범하지도 않고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도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행동에 날카로운 비판을 하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고도 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요.



‘믿음과 의심’이라는 주제를 구덩이, 싱크홀에 상징적으로 비유하고 있는 이 영화는 엉뚱하면서도 날카로워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답니다. 흔하지 않은 소재에 나만의 의미를 불어넣으면 독특하고 감각적인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고, 재기 발랄해서 무겁지 않아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의미는 날카롭고 묵직해서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하는 영화에요.


이렇게 영화는 개인이 부여하고 싶은 다양한 의미를 색과 의상, 소품 속을 통해 담아내고, 표현하고 있어요.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삶의 주인공, 감독이 되어 일상 곳곳에 다양한 의미를 담는다면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거예요.

내 감정은 현재 어떤 채도를 띄고 있는지, 특별한 색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의미가 있는지, 내 성격과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의상은 무엇인지,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의미의 소품이 있는지.


위 질문들을 바탕으로 여러분만의 의미를 기록에 표현한다면 기록 속 이야기는 더욱 영화로워질 것이라고 믿어요. 이번 위클리 매거진이 여러분들의 기록이 영화로워지는 데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에 또 만나요.




의상을 고른다, 색을 선택한다, 카메라 앵글을 정한다. 분주한 영화 촬영 현장의 모습이 떠오르지만, 이 모든 건 다름 아닌 시현하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일상들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듯한 과정이 시현하다에서는 매일같이 일어난다.


이 영화의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록가도, 그 누구도 아닌 시현하다를 찾아오는 우리들이다. 소품, 의상, 배경색까지 모든 것이 철저하게 개인의 선택과 취향으로 완성된다. 자신만의 의미가 담긴 기록은 좋은 영화처럼 짙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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