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진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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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기업을 중심으로 사진이 없는 이력서를 받고 있는 추세다. 포토샵으로 만진 사진과 실물의 차이가 커지면서 더 이상 증명사진의 의미가 없어진 데다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붙이고 안 붙이고는 자유지만 이왕 나를 소개하는 사진이라면 더욱 나다운 사진을 촬영해보는 건 어떨까. 이력서에 한번 붙이고 끝나는 증명사진이 아니라 평생 소장하고 싶은 초상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관 ‘시현하다’를 찾았다. 공장식으로 증명사진을 찍어내는 일반 사진관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무작정 카메라 앞에 서기보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컬러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사진관 내부 벽면에는 많은 사람의 사진이 걸려 있지만, 저마다의 분위기가 다르듯 사진의 배경 컬러도 형형색색이다. ‘시현하다’의 대표 김시현 작가는 “모두가 회색 배경일 필요는 없어요. 좀 더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나를 표현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제 증명사진은 배경이 검은색이에요. 이게 나를 설명하는 색이니까요!”라고 말한다. 이렇게 배경 색이 정해지면 그녀의 능숙한 진행과 함께 사진 촬영이 시작된다. 늘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다소곳한 모습의 증명사진 대신 치아를 보이며 환하게 웃기도 하고,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어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사진 촬영이 끝나면 여러 컷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컷을 고르고, 이목구비를 보다 섬세하게 만지는 후반 작업에 들어간다. 그렇게 완성된 사진을 받아 들면, 정말이지 이력서에 딱 붙이고 끝나는 증명사진과 다르게 자꾸만 눈이 가고 누군가에게 내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차오른다. ‘시현하다’에서 촬영한 사진을 이력서에 붙여 지원한 한 고객은 ‘다른 사람과는 차별된 이 사진이 인사 담당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덕분에 서류전형에 붙었어요!’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이 초상 사진은 주민등록증에도 사용할 수 있다. 귀와 눈썹이 보이도록 촬영한 6개월 이내의 사진, 그리고 배경에 무늬가 없는 사진이면 접수가 가능하다. 매일 찍어오던 밋밋한 파란 배경은 잠시 넣어두고 나를 잘 표현한 색다른 사진을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