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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 증명사진관 멋진 언니 시현하다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1-08-11 15: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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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보라색, 노란색 등의 쨍한 배경과 익살스러운 표정, 화려한 액세서리까지 눈에 들어온다. 이것만 보면 전혀 증명사진 같지 않은데, 증명사진이란다. 그동안 남들한테 감추고만 싶었던 증명사진이 심지어 인생사진이 된다니.
똑같은 배경지. 똑같은 표정이라는 규격을 벗어나, 오롯이 ‘나’를 담아내는 진짜 증명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 ‘시현하다’를 만났다.


증명사진관 멋진 언니 시현하다
 

 
Editor SNS에서는 이미 유명하더라고요. 독특한 증명사진을 찍는다고. 그런데 아직 대학생인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시현하다(이하 시) 사진을 전공하고 있는데, 지금은 휴학생이에요. 올해에 중도 휴학했어요.

E 중도 휴학을 할 정도면, 학업과 작업의 병행이 힘들었나봐요.

 처음에는 작업실이 없어서 장비 들고 렌탈 스튜디오에 가서 세팅하고 촬영하고, 마치면 다시 학교 가서 수업 듣고 그랬어요. 사실 증명사진은 1:1 진행이 많고 잔업이 없는 편이라 크게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점점 바빠지면서 절대 학업이랑 병행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휴학했어요.

E 간단하게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작년 9월에 1000명의 증명사진을 찍겠다는 프로젝트를 계획했어요. 당시 졸업이 2년 남은 상태였는데, 제 학과 생활을 대표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E 왜 하필 증명사진이었나요? 보통 사진 찍는 사람들 보면 스냅사진이나 풍경을 주로 찍던데.

 고3 때, 3학년 전체 졸업사진을 제가 직접 촬영했었어요. 그전에도 친구들이 학생증 사진을 부탁하면 찍어주곤 했거든요. 그때 느꼈어요. 증명사진을 잘 찍기는 정말 어렵구나 하고. 틀이 정해져 있기도 하고, 또 정면 얼굴이 예쁘게 나오기가 힘들거든요.

근데 이걸 잘 해냈을 때, 친구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까 성취감이 컸어요. 친구들 중에 제가 찍어준 사진을 민증 사진으로 하고, 오래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러면서 증명사진을 잘 찍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E 처음엔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어머니의 ‘팩폭’으로 생각을 바꾸셨다고….

 대안학교를 다녀서, 수능 관련된 수업은 거의 안 들었어요. 졸업하면 바로 사진관에서 일하다가 내 사진관을 차릴 계획이었는데 대학에 안 갈거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뭘 안 간 거야. 못 간 거지” 그러셨어요.(웃음)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래, 그럼 내가 간다!’ 이런 생각으로 재수를 시작해서 사진학을 전공하게 됐어요.

E 막상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어땠나요? 지금 작업에 많이 도움이 되었나요?

 확실히 증명사진을 찍는 작업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대학에 진학한 덕분이었어요. 예술 분야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좋은 조언을 해주는 교수님도 만났고요. 근데 대학에 안 갔어도 또 어떻게든 살았을 것 같아요.
 

 
E ‘시현하다’의 증명사진 하면 독특한 배경색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색이 정말 다양하던데.

 제 고등학생 때 증명사진도 그러데이션이 들어간 파란색 배경이었어요. 그때 ‘파란색이 되는 거면, 다른 색도 되는 거 아닌가?’ 싶었죠. 그래서 다른 색들로 찍어보려 했는데, 증명사진 규정이 2015년에 바뀌었더라고요. ‘배경색은 흰색 아니면 무배경’으로. 귀와 눈썹도 보여야 하고.

저는 머리나 동작, 표정들을 다양하게 하고 싶었는데 막혀버리니까 너무 답답했어요. 근데 흰 배경이면 흰 배경이지 무배경은 뭘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사진을 찍으면서 계속 시행착오를 거 쳤죠.

E 시행착오라면 어떤 시행착오인가요?

 친구들마다 배경색을 다 다르게 해서 사진을 찍어주고, 그 사진이 주민등록증으로 발급되는지 확인해봤어요. 계속해서. 그런데 그렇게 찍은 사진이 거부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알고보니, 무배경이란 게 단일색이면 되는 거더라고요.

E 배경색은 시현님이 직접 정하는 건가요?

 아뇨. 본인이 어떻게 찍을지 직접 콘셉트를 생각해오고 배경색도 선택하는 거예요. 어떤 색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도 많아요. 그러면 저는 ‘본인이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물어봐요. 색마다 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본인이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 지 함께 생각하다 보면, 편하게 고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E 촬영에서 보정까지 30분이라니, 이게 가능한가요?

 일단 사진을 찍으러 오시면 같이 배경색에 대해 의논해요. 그 다음에 촬영에 들어가는데, 실제 촬영 시간은 5분 정도? 어차피 정면에서 찍는 사진이라 잘 나오는 앵글은 정해져 있고, 딱 보면 어떻게 해야 잘 나오겠다는 감이 와요. 그리고 제가 손이 정말 빠르거든요.(웃음) 빠르게 보정하고 프린트까지 하면 30분 안에 가능해요.

E 보정은 어느 정도 하나요? 예전에 저는 보정을 너무 심하게 하는 바람에, 부모님도 저를 못 알아본 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일단 1차적으로 균형을 잡고 피부 톤을 보정해요. 그런 다음엔 본인만 아는 콤플렉스 있잖아요? 그런 걸 같이 잡아나가요. 너무 과한 보정을 요구하면 제가 말려요. 너무 과해도 좋지 않거든요. 딱 본인의 얼굴에 맞게 하려고 해요.

E 찍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정말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해 주는구나’ 생각할 것 같아요.

 사실 요즘의 일반적인 증명사진들은 전형적인 한국의 미인상에 맞게 보정이 들어가요. 그런데 저는 이런 걸 말해주고 싶어요. 각진 턱도 멋있고, 덧니가 있든 쌍커풀이 없는 눈이든, 전부 다 매력 있다고. 장난기 있는 얼굴도 개성이고요. 남들과 똑같아서 좋을 건 없다고 말해주고 싶은 거죠.

E 지금까지 찍은 사람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제가 찍은 사진을 이력서 사진으로 해서 합격했다는 친구가 있었어요. 물론 사진만으로 된 건 아니겠지만, 지원한 곳이 디자인 회사였거든요. 그 센스를 높이 평가했다고 생각해요. 상의 탈의하고 찍은 친구도 특이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얼굴에 큰 흉터가 있었는데 흉터를 지우지 말아달라고 하신 분도 기억나요.
 

 
E 목표가 1000명의 증명사진을 찍는 거잖아요. 왜 1000명으로 설정했나요?

 우리나라에서 여론조사할 때 최소 표본 집단이 1000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잡았어요. 그 정도의 증명사진을 찍으면 당당하게 제 작업물을 소개하면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의 트렌드가 담겨 있는 사진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E 그럼 오늘 기준(5월 25일)으로는 몇 명 촬영하셨나요?

 지금 딱 420명이에요.

E ‘시현하다’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예약을 해야 하는데, 예약이 30초 안에 끝나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예약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활용해요. 본인이 찍고 싶은 날짜와 시간을 클릭하고, 정보를 입력하면 예약이 완료돼요.

E 스튜디오를 차리고 예약도 진행면서 이젠 사진 작업 외에 경영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때요?

 솔직히 죽을 것 같아요.(웃음) 사업자등록증 내고, 통장도 새로 만들고. 월세 납부, 예약 진행 같은 것도 혼자 해야 하고. 처음엔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어요.

E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튜디오는 강남 쪽에 있잖아요. 금전적인 부담은 없나요? 월세가 장난 아닐 것 같은데. 혹시 금수저…?

 아뇨.(웃음) 스튜디오는 액세서리 만드는 친구, 타투이스트, 플로리스트, 저까지 4명이서 사용하고 있어요. 저희 엄청 소박하게 시작했어요…. 그래도 4명이서 월세를 나눠내니까 금전적으로 부담이 덜해요.

E 지금은 사진 찍는 일이 직업이라기보다 개인작업에 더 가깝잖아요. 혹시 졸업하고도 이 일을 직업으로 삼을 건가요?

 네. 나중엔 사진관을 차리고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요. 제가 찍은 사진이 어느 집에 평생 걸리게 된다면 의미 있을 것 같아요.
 

 
E 시현님처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혹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20대가 많을 것 같아요. 미리 그 과정을 겪어나가는 사람으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들었던 좋은 조언이 있어요. “작업이란 너와 내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즉, 이 작업 자체가 ‘나’여야 한다는 거죠. 제 삶에서 증명사진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실제로도 증명사진을 잘 찍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왔고 지금도 노력 중이에요. 이 모습을 사람들이 보면서, 저의 진심을 느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저도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이제 막 시작한 거나 다름없어요. 어떻게 보면 늦었다고 할 수도 있죠.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그것을 통해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E 요새는 자기 PR 시대라고 열심히 자기를 알리잖아요. 그런데 ‘시현하다’ SNS 계정에는 댓글을 달 수 없더라고요. 댓글을 달 수 있으면 좀 더 홍보도 될 것 같았는데.

 사진을 올리기 전에 초상권에 대한 동의를 다 받아요. 작업하는 분들이 다 그렇긴 한데, 제 사진은 특히 정면 얼굴이니까 좀 더 신경을 써요. 누구는 댓글이 많이 달리고 적게 달리고 이런 게 싫기도 했고, ‘예쁘다’라는 말도 어떻게 보면 평가잖아요. 그런 평가도 싫었어요. 누군가에게는 분명 상처가 되니까요. 그래서 댓글을 다 막았어요.

E 댓글뿐만 아니라 그 흔한 해시태그도 없던데. 그럼 어떻게 유명해진 걸까요? 7.6만 팔로워라니!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정말 궁금해요.(웃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팔로워가 급격하게 늘더라고요. 해시태그를 걸지 않은 건 누군가의 얼굴을 올리면서 상업적으로 비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E 누군가를 존중해주는 마음이 묻어나서일 것 같아요.

 저는 천천히 유명해져도 괜찮아요.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고. 그보다 제가 한 사람의 사진을 아끼고 조심스럽게 사용하려 한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증명사진만큼 입소문이 강한 게 없거든요. 사진을 찍고 만족한 사람들의 입소문이 더 강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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