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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안예은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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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안예은

By 인혁 에디터


안예은의 세계는 어딘가 모르게 서늘하다. 그래서일까. 잔뜩 한 서린듯한 목소리에 담긴 그의 사랑 이야기는 그 어떤 뻔한 사랑 노래보다 더 애절하고 처연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 서늘한 에너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장 뜨거운 감정의 온도를 만나게 한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안예은만의 정서를 만들고 있는 안예은을 만나 차가움과 따스함이 혼재하는 그의 세계를 물었다.




얼마전 새로운 회사에 둥지를 틀었죠.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3, 4월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했고요. (웃음) 5월에는 FA 상태로 일하다가 6월부터 새 소속사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6월에는 <상영회>라는 이름의 소극장 콘서트를 열기도 했어요. 관객들과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아요. 


사실 그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 번 해봤었거든요. 너무 T스러운 답변이긴 한데, 그 극장이 모니터링이 되게 잘 돼서 밴드 친구들이 좋아하는 공연장이에요. (웃음) 아무래도 FA로는 처음 여는 콘서트다 보니 걱정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요. 



아티스트마다 자신을 대표하는 색깔들이 있잖아요. 특히 안예은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정서는 ‘한’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제 음악이 강하거나, 특이하다는 생각을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봐주신다는 건 창작자로서 자기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의미니까 항상 감사하다고 느끼고는 있죠. 제가 해오던 걸 그냥 계속 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아서 갑자기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항상 생각해요. 



창작자로서 색깔이 뚜렷하다. 한 편으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말인데요. 


2016년도 말에 데뷔해서 한 4,5년차쯤 됐을 때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물론 창작자로서 색깔이 하나 뚜렷하게 있다는 건 엄청나게 큰 장점이겠지만, 한편으로만 ‘이것만 하는 사람’으로 굳어질까봐 고민을 많이 하던 때도 있었어요.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지금은 찾았나요? 


일단은 ‘눈앞에 있는 거나 잘하자’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지금 당장 눈앞에 닥쳐 있는 것들을 잘하다 보면, 분명 무언가는 남을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요. 



<창귀>, <열달 아흐레> 등 한국적인 색이 짙게 묻어나는 작업물들을 보면 우리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어렸을 때부터 사극을 되게 좋아했어요. 옛날 이야기나 구전 민담, 설화 같은 걸 읽는 것도 굉장히 좋아했고요.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의 취향들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어서 곡을 만들 때도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 



여름을 맞이해 곧 공개될 네 번째 호러송 역시 우리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요.


제목은 <홍련>이고요. 전래 동화 ‘장화홍련’의 등장인물들을 차용해 오긴 했지만, 물귀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곡이에요.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문화 외에도 최근에 빠져 있는 게 있다면요? 트위터를 보니까 요즘에는 <사이렌: 불의섬>에 몰입 중인 것 같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심장에 지병이 있었다 보니 몸이 강한 친구들, 신체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한테 항상 선망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강한 사람들이 다같이 나와서 뭔가를 해내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멋있고 재밌더라고요. 나도 아프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고. 


최근에는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뮤지컬도 봤는데 너무 제 취향이라 시간이 되면 한 번은 더 보고 싶어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음악이 너무 좋았고, 그리고 일단 분위기가 음침해요. 제가 그런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웃음)



올해 발매한 정규 4집 [쉽게 쓴 이야기] 얘기를 해볼까요. <미움 받는 꿈>, <죽음에 관한 4분 15초의 이야기> 등 제목이 주는 무게감이 심상치 않아요. 


이번 4집을 준비하면서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어요. 제 작업 방식은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거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놓는 식으로 구축을 해 놓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그럴 시간이 아예 없다 보니 여유가 없었죠. 


그런데 저희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네가 생각이 너무 많아서 어려운 음악을 하는 거라고, 차라리 생각을 덜어내고 곡을 쓰면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좋은 곡이 나올 수도 있다고요. 그러다 보니 제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한 앨범인 것 같고, 곡을 쓸 때도 역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 겪었을 감정을 담아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미움 받는 꿈>은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긍정하지 못하는 화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전 트랙 <잠>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노래거든요. 그런 식으로 우리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우울한 것들을 의도치 않게 많이 꺼내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이 이번 앨범을 듣고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굉장히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꼽자면 아무래도 ‘죽음’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잠>에서는 죽음이라는 것이 굉장히 평화롭게 그려진 반면에, <죽음에 관한 4분 15초>는 죽음을 알 수 없는 것으로 그려지는 걸 보면서 한 앨범 내에서도 죽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고 있다는 게 재밌었어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걸 너무 좋아해요. 때로는 종종 제 의도보다 훨씬 멋있는 해석들을 해주시기도 하시거든요. 덧붙이자면 <죽음에 관한 4분 15초>는 저희가 모르는, 그러니까 긍정적이지도 않고 부정적이지도 않은 죽음의 면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마지막 트랙의 제목이 <Cistus albidus>, ‘나는 내일 죽겠지’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꽃의 이름이에요. 이 곡을 이번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제 끝이다’라는 걸 표시해 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말씀해 주신대로 앨범 전체적으로 죽음이라는 메시지가 사이 사이 껴 있다 보니 ‘완전 최종’이라는 느낌으로 쓴 것 같아요. 곡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나는 내일 죽지만 이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걸. 그러니까 너도 슬퍼하지마’라고 말하는 곡이거든요. 이 곡을 통해 ‘자연스러운 죽음’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안예은의 디스코그래피를 보면 작사/작곡에 안예은의 이름이 빠지지 않아요. 내가 만드는 음악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을까요? 


일단 그런 마음은 없고요. (웃음) 보통 창작자들이 듣는 분들에게 힘을 드리거나, 위로를 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그런 쪽의 능력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러분이 갈 수 없는 비현실적인 세계로 여행을 보내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사를 할 때 주로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어요. 


2020년에 발매한 정규 3집에 <Loop>라는 노래가 있거든요.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작업한 건 그 곡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영화를 보고 곡을 쓰는 걸 자주 했었는데 요새는 책에서 처음 보는 지명이나 단어, 아니면 뭐 처음 접하는 설화 등을 다 적어놔요. 그리고 작업할 때가 되면 서랍장에서 하나씩 빼내듯이 쓰는거죠. 



그럼 이쯤에서 안예은의 인생 영화도 궁금한데요. 


<뮬란>, <매드맥스>, <남극의 셰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좋아하고요. <유전>도 좋아해요. 보고 벙찌게 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뮬란>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영화고. <뮬란> 덕분에 제 첫 장래희망이 군인이었어요. 



걸그룹 아이들의 리더 소연의 팬으로도 유명하더라고요. 결국 아이들의 미니 4집 1번 트랙 <한>의 작사 작곡으로 참여하면서 공식적인 성덕이 됐죠. 팬으로서 소연과 함께한 작업은 어땠나요? 


뭐랄까. 제가 나이를 엄청나게 많이 먹은 것도 아니고, 소연 님과 나이 차이가 엄청나게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엄청난 인생 선배도 아니지만… 소연 님의 5년 후, 10년 후가 엄청 궁금해지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사람,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 계실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아티스트로서 그런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 자극이 될 것 같기도 한데요. 


오히려 좀 위축돼요. 청소년기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별로 제 자신이나 창작물에 대해 자신감이 없거든요.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서 자극을 받기보다는 ‘앞으로 나는 뭐해 먹고 살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K팝 스타>에 나갔을 때도 ‘이렇게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 내가 어떻게 끼어 있지?’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 



실제로 방송 출연을 결심하기 전까지도 고민을 많이 했겠네요.


그 때는 이게 안 되면 음악을 접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거기서 ‘제 음악 색깔이 너무 진하다’라는 말도 처음으로 들었고요. 그러다보니 혼란스럽더라고요. 나는 그냥 내 걸 하는 건데 왜 색이 강하다고 하는걸까.


게다가 목소리까지 세다고 하시니까, 팀 미션을 할 때도 저는 최대한 뒤로 많이 빠지려고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이 팀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좀 더 잘 보일까?’를 고민했을 것 같은데 저는 반대였어요. 최대한 제가 감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의 안예은은 그때보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좀 더 적극적인가요? 


굉장히 사회성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제일 외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사회화된 내향형 인간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그렇게 충실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20대 초반까지는 정말로 사회성이 아예 없었거든요. 스물 일곱, 여덟 살 때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해서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진 상태에요. 성격을 바꿨다기 보다는, ‘일을 나가는 예은이’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아요. 




작년에는 <안일한 하루>라는 에세이를 내기도 했죠. 제가 읽어본 책들 중 그렇게 괄호가 많은 에세이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원래는 3배 정도 더 많았어요. (웃음) 제가 오해 받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제 의도와 다르게 의미가 곡해되는 걸 너무 싫어해요. 그래서 책을 쓰면서도 괄호를 통해 계속 해명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편집자 님께서 그걸 보시고 ‘이렇게까지 설명하지 않으셔도 오해하실 일이 없으실 것 같아요’라고 하시면서 대폭 줄여주셨어요. 



그렇게 291 페이지로 꽉 채운 한 권의 책이 완성이 됐어요. 안예은이라는 사람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소회는 어떤가요? 


저는 충분히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한 것 같아요. 31살 예은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모두. 그래서인지 친구들이 ‘안예은 사용 설명서’ 같다는 말을 많이 해줬어요.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챕터가 기억에 남아요.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이렇게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이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저는 사실 그 챕터를 쓸 때 좀 힘들었어요. 싫어하는 건 정말 많은데, 좋아하는 건 쥐어짜야 나오더라고요. 



마침 그 바로 다음 장에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라는 챕터가 나오기도 하죠. 한 가지 특이한 건, 싫어하는 것들에는 유독 ‘나’에 대한 얘기가 많다는 거예요. 


옛날에 비하면 그래도 스스로를 많이 긍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근데 이 아이를 사랑해 주는 정도는 아직 아닌 것 같아요. 너는 너무 예뻐, 너무 사랑해. 이런 것 보다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많이 했거든요. 그냥 이게 난데 어떡해? 이 정도는 된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라는 말이 와 닿네요. 오늘 촬영에서도 몸의 흉터들을 고스란히 담아내 달라고 했죠. 


오히려 제 외형을 드러내는 데는 거부감이 없었어요. 청소년기부터 그런 부분에 대한 반항심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아토피가 있으신 분들은 저랑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해보셨을텐데, 하복을 입고 대중교통을 타면 정말 3명 이상은 말을 걸어오시거든요. ‘여자애가 피부가 왜 이래?’부터 시작해서 ‘아는 사람이 이런 치료법을 해 봤는데 나았다더라’등 물어보지도 않은 정보를 말해주세요.


그 때부터 ‘이게 어때서?’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자꾸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시니까. 그래서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내고 다녔던 것 같아요. 여름에 일부러 더 깊이 파인 옷을 입기도 하고. 아파서 짜증나고, 고통스러운 건 있어도 이 흉터를 가려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은 어떤 ‘안일한 하루’를 보낼 생각인가요? 


집에 가서 화장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갈 생각이에요. 복싱을 시작한지 이제 2년이 됐는데, 운동하기 전에는 그 몸으로 대체 어떻게 30년을 살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요. (웃음) 두 달 이상 운동을 꾸준하게 해 온 역사가 없는데, 스승님을 너무 잘 만나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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