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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상민 캠페이너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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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상민 캠페이너 

By 인혁 에디터 

‘평범’이라는 단어만큼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가 또 있을까요.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우리의 시선에서 판단하고, 또 평가하곤 합니다. 심지어 평범함의 기준조차 말이에요. 



아마 오늘 매거진의 주인공 상민 님의 이야기를 만나고 나면, 평범에 대한 여러분의 기준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몰라요. FACE POSTIVIE 캠페인에 참여해 주신 상민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Face Positive> #EYES 캠페이너로 참여한 이상민입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보안 시스템 설계 및,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하고 있는 평범한 40대 직장인이에요.


상민 님이 가지고 계신 눈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바르덴부르크 증후군, 흔히들 오드아이라고 하죠. 난청질환의 일종인데, 저와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동양인이 밝은 파란색 눈을 가질 확률은 극히 희귀하다고 하더라고요. 확률의 확률을 뚫은, 아주 특별한 케이스라고 자부해요. 



누구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특히나 그 상대가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다수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계기가 있나요?


지금이야 제가 가진 눈을 개성이나 매력으로 바라봐 주시지만, 제가 학생이던 8,90년대만 하더라도 개성이나 매력이라는 게 없었어요. 오히려 이질적인 것에 대한 불결함, 불쾌함이 앞섰죠. 그러다 보니 저 또한 어둡고, 내성적으로 자라게 됐던 것 같아요. 주변 또래들하고도 많이 싸웠고, 따돌림도 당해봤고. 


그러다 우연한 계기에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게 됐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영상을 보고 저에게 응원의 DM들을 보내주시는 거예요. 그중에 정말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있었어요. 어린 친구 분이셨는데, 남들과 다른 외모로 인해 왕따를 당하고 있어서 힘들고, 살기 싫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나온 영상을 보게 되셨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밝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냐고 저에게 물어보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와 비슷한 길을 걸어오고 있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SNS에 글도 올려보고 그랬죠. 그러다 마침 시현하다에서 저와 비슷한 취지의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의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어요. 



오드아이가 일상에서 흔하지는 않은 눈이잖아요. 처음으로 상민 님의 눈이 특별하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솔직히 그동안 제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 20대 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눈이 참 예쁘다’라는 말을 저에게 해주더라고요. 제 눈을 보고 신기하다, 특이하다, 부럽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예쁘다’는 말은 처음이었어요. 정말 마음이 울리더라고요. 


곁에서 계속 그런 말을 듣다 보니까,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눈을 강조하는 안경 같은 것도 써보고. 정말 특별함을 느꼈던 순간은 그 사람과의 결혼을 생각하며 2세를 준비했을 때였어요. 


이 병이 유전병이라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병을 정확히 알아야 나중에 2세에게도 설명을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사를 해봤어요. 바르덴부르크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처음 발표한 독일 의료계에도 문의도 해보고, 전문가와 직접 스카이프로 통화도 하면서 진단도 받아보고. 


그러면서 그분들조차도 저 같은 케이스는 정말 극히 드물고, 희귀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게다가 백모까지 있는 사람은 사지가 멀쩡할 가능성도 낮다는 거예요. 저를 보면서 정말 운 좋게, 잘 태어났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어떠셨어요?


정말 행운아다 싶었죠. 전문가들에게 그 확률을 들어보면 정말 낮은 확률이에요. 일단 이 병을 가지고 있으면 난청이 기본이에요. 저도 한쪽 귀가 들리지 않거든요. 

난청을 가진 상태에서 눈 색깔이 파란색인 확률도 20% 미만. 또 팔다리가 멀쩡할 확률은 10% 미만. 게다가 심장 기형이 없을 확률도 5프로 미만. 계산을 해보니까 저의 존재는 정말 소수점 아래였어요. 



탄생만으로도 정말 확률의 확률을 뚫고 태어난, 기적적인 일이었네요.


어렸을 때는 어린 마음에 어머니한테 말실수도 하고 그랬거든요. ‘왜 나를 이렇게 낳았느냐’는 말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뒤로는, ‘나를 이렇게 멀쩡하게 낳아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먼저 생기더라고요. 

  



현실에서는 오드아이가 드물지만, 창작물에는 오드아이를 가진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잖아요. 생각해 보니 그런 인물들은 모두 남다른 능력을 가진 인물들로 그려지더라고요.

 

제 주변 사람들도 많이 물어봐요. 어떤 애니메이션에 오드아이가 나왔는데 기분 안 나쁘냐, 악역으로 누가 나왔는데 좀 그렇지 않냐 이런 식으로요. 사실 가상의 캐릭터이고, 저같이 오드아이나 홍채 이색증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질환이나 개성에 대해서 특별한 권리를 가진 것도 아니니까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정말 나쁜 악역이 그런 오드아이 컨셉을 가지고 나왔다 하면 ‘그냥 웬만하면 정의의 편하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웃음) 



만약 상민 님이 ‘오드아이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무엇보다 제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제가 어릴 때 경험했던 80년대 한국의 시대상이 담겨 있는. 사람들의 시선과 차별을 겪으면서, 남에게 복수하고 화내는 것보다는 조용하게 살아가다가 우연히 좋은 사람을 만나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힐링 성장물 같은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어요. 



일상에서는 언제 힐링의 순간을 느끼고 있나요.


아무 스케줄도 없고, 날씨도 좋은 날 사랑하는 사람이나 고양이랑 같이 침대 위에 누워서 쉴 때. 



역시 집사의 고양이 사랑은 빠지지 않네요. 사실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오드아이가 흔하다면서요?

 

맞아요. 한 번은 삶의 목표를 잃고 의욕도 없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고양이가 저에게 살아갈 목표를 줬거든요. 지금은 ‘메밀’이라는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고양이 카페에서 지내던 구조묘인데 이 아이도 저처럼 귀가 안 들리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 저와 꼭 닮았다는 생각에 꼭 데려와야겠다 싶었죠. 



이번 캠페인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시선’이에요. 상민 님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던 적이 있나요?


어렸을 때는 모두가 무서웠죠, 밖에 나가는 것도 무서웠고.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면 눈을 마주치잖아요. 그 자체만으로도 싫었어요. 그리고 사실 사진 찍는 것도 싫었고요.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서 그런 일이 없지만, 옛날 카메라는 찍으면 사진에서 제 눈이 빨갛게 나오거든요.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요즘에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남하고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저는 그냥 당당하게 물어봐요. 제가 뭐 피해 준 거 있냐고, 제가 뭐 어디 잘못됐냐고요. 남한테 피해를 준 것도 없는데 왜 내가 남의 시선을 두려워해야 해? 지금은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만약 상민 님과 같이 오드아이를 가지고 계신 분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다른 오드아이 분들이라고 해도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해요. 친구를 만날 때처럼 인사하고, 통성명하고, 공감대 얘기하고. 딱 그것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당사자의 가족들이나 주변 지인들은 사실 오드아이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같이 평생을 살아왔다 보니까 그냥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 이 정도예요. 


마지막으로, 상민 님의 눈으로 보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세상은 어떤 곳이에요?

 

외모로 평가하지 않는 세상.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일반적’이라는 기준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거나 같다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해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남들과 다르다는 걸 이질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저 역시 대중교통을 타면서 많이 겪었던 일이고. 


최종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저 같은 사람들도 불필요한 시선을 받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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