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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조구만 스튜디오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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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조구만 스튜디오

By 인혁 에디터

<조구만 스튜디오>는 이름 그대로 조구만 것들을 위한 곳이다. 이 세계를 만들어 낸 사람은 벤과 조디. 둘은 한때 지구상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공룡들의 입을 빌려, 자신들이 전하고 싶었던 번뜩이면서도 뾰족한 메시지들을 이곳저곳에 숨겨놓는다.


이곳의 공룡들은 ‘친절하다는 건 약한 게 아니고 쿨한 거야’같이 말랑한 말만 전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대신 목소리를 높이고, 불합리함에 맞서 온몸으로 맞서 싸우기도 한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존재들에게는 용기를, 사람들의 따스한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존재들에게는 작은 위로를 전하는 <조구만 스튜디오>의 벤과 조디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벤, 조디 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벤 저는 조구만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김병준이자 벤이라고 하고요.


조디 조구만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강조디라고 합니다. 



두 분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조구만 스튜디오>는 어떤 곳인가요?


벤 조구만 스튜디오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예요.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스토리텔러라고 저희는 정의하고 있어요.


조디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조구맣지만 안 중요하단 건 아냐.’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사실 그 슬로건을 보는 순간, 조구만 스튜디오를 매거진에서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슬로건을 떠올리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조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하찮은 내가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하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또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게 우리의 삶이잖아요. 그래서 저 스스로에게, 또 저 같은 사람에게 삶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말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 말이 바로 ‘조구맣지만 안 중요하다는 건 아니야’였고요.



이쯤에서 두 분이 생각하는 ‘조구만 존재’는 누구인지도 궁금한데요. 


소외받는 계층이나 소수의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제가 정의하는 ‘조구만 존재’는 사실 우리 모두예요. 이 인류 자체가, 인간들이란 워낙 작은 존재잖아요. 그래서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면서 잘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조금 모자라고 부족한 것들에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베트남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보기도 했고요. 저 역시 작은 존재지만,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어요. 



슬로건은 잘 몰라도, 조구만 스튜디오의 공룡 캐릭터를 보면 ‘아, 거기!’라고 알아차릴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두 분은 <하찮은 공룡들>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예상하셨나요? 


저희가 글로벌 사업을 준비하면서 이 캐릭터들의 이름을 ‘조구만’으로 바꿨거든요. 이 조구만들 덕분에 저희가 많이 알려졌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거나 계획하지 못했어요. 그냥 저희가 하던 걸 계속 해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반응이 좀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차근차근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조디 실감이 잘 안 나요. (웃음) 


시기적으로도 운이 좋았다고도 생각해요. 저희가 시작할 무렵에 마침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나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같은 기회의 장들이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그런 기회들 덕분에 저희를 조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는 발판들이 많이 마련됐던 것 같아요. 



원작자로서 자식 자랑을 한 번 해볼까요. 다른 캐릭터들에는 없는, 조구만 스튜디오의 캐릭터들에게만 있는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벤 귀여운 말들을 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은 마냥 해피한 아이들이 아니잖아요. 지금이야 많은 분들이 저희의 캐릭터들을 귀엽다고 사랑해 주시지만, 저희는 처음에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조디 오히려 진짜 모자라게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모자란, 바보 같은 부분들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저희는 핵심 목표는 이 캐릭터들의 귀여운 모습이나 비주얼적으로 매력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 안에 이야기를 담아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고 그것이 가장 최우선 되는 가치거든요. 그런 부분이 저희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런 스토리텔링적인 측면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고요. 



UHBC*라는 브랜드 세계관을 보면 조구만 스튜디오가 스토리텔링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져요. 두 분이 생각하는 이 클럽의 가입 조건이 있다면요? 

*자비 없고 잔인한 초식동물 클럽 (Unforgiving Brutal Herbivore Club)


조디 첫 번째 조건은 ‘불가항력을 받아들이자.’ 언젠가 우리 모두는 죽음을 맞이하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의 원수도, 심지어 나조차도 결국엔 모두 죽는다는 걸 받아들이자는 게 첫 번째 조건이에요. 


두 번째는 ‘삶의 크고 작은 성취들을 기념하고 축하하자’.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워하는 사람인지 생각하고, 그런 일들을 더 많이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세 번째는 ‘항상 스스로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싸우자.’ 각자의 전투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그 누구도 함부로 나를 대하게 내버려 두지 말자는 뜻이에요. 이 세 가지에 동의한다면 누구나 UHBC의 회원이 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 조건이 인상적이네요. 그러고 보니 조구만 스튜디오의 공룡들은 외모와 다르게 마냥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필요하면 총도 쏘고, 욕도 하고 반항하기도 하고요. 부드러운 캐릭터들과 상반되는 거친 메시지를 담아내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제 생각엔 조디의 화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본 조디는 화가 많지만, 화를 표출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그런 화들을 캐릭터를 통해 많이 표출하게 된 것 같아요. ‘나는 못하지만, 얘네는 하게 해 줘야지’하면서.


조디 제가 좀 만만한 이미지라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치이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살다보면 나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아무 말 못 하고 순응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화가 계속 나더라고요. 그러다 저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용기를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두 분 역시 일상에서 ‘조구만 용기’를 냈던 경험이 있나요?

 

저는 취직을 할 생각이 없었거든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대신 30살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했어요. 돌이켜보면 졸업하는 순간까지 그 마음을 계속 유지했던 게 굉장히 큰 용기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지금 제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조금 말리고 싶을 정도로. (웃음) 


조디 저도 취직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게 가장 큰 용기였던 것 같아요. 짧지만 인턴 생활을 했을 때도, ‘이게 내가 원하는 걸까? 앞으로 내가 이런 일을 계속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요. 그냥 내 이야기를 하고,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나랑 취향이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수하고 무모한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어떤 것을 하지 않는 것도 용기고, 포기하는 것도 엄청나게 큰 용기라고 생각하거든요. 불안해하지 않고,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거야’라고 말했던 것도 저로서는 큰 용기를 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존재를 이야기하면서 공룡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떠올리게 된 것도 신선했어요.

 

조디 처음부터 공룡을 떠올렸던 건 아니었어요. 다양한 후보들이 있었는데, 공룡을 선택한 이유는 상상할 거리가 많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한 때는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였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공룡들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작은 존재가 되잖아요. 조금은 강압적인 방식일지도 모르겠지만, 인간들에게 ‘너는 작은 존재야’라고 말했을 때 인간이 납득할 수밖에 없는 강한 전달자가 있어야 저희의 메시지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공룡들 역시 이미 대자연 아래 무릎을 꿇고 멸종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작은 존재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고요. 



그중에서도 초식 공룡을 주인공으로 선택하게 된 것도, 육식동물들에게 밀려나기 바빴던 초식공룡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이유였다고요. 


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그런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되게 작게 느껴지고, 약하게 느껴지는 순간들.


조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으로 이사를 많이 다녔거든요. 그러다 보니 현지 친구들의 텃세나 언어의 장벽을 경험했던 순간들이 많아요. 한국에 들어와서도 제가 어떤 나라에 속한다고 느끼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 것에서 오는 외로움도 있었고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저는 항상 비주류에 속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저와 비슷한 초식공룡들에게 유독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조구만 스튜디오가 일하는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먼저 가장 중요한 건 기획이기 때문에 아이데이션을 정말 열심히 해요. 프로젝트와 캐릭터와의 핏, 예산, 시간과 인력, 마케팅 등 모든 것들을 하나의 꼬치로 관통할 수 있게 기획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그래서 다 같이 도란도란 앉아서 수다도 많이 떠는 편이고요. 


조디 저는 개인적으로 말장난을 좋아해서, 어떤 주제를 들었을 때 그것에서 오는 인상이나 어원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거기서 뻗어 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말장난이나 낙서 같은 것들을 전부 기록해 놓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모든 성공한 브랜드들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내부의 원칙이 존재하더라고요. 조구만 스튜디오 안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을까요? 


조디 모든 요소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그리고 ‘왜?’를 따졌을 때 그 선택이 타당한지. 근거가 맞게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우리의 캐릭터가 자기에게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도 중요하게 보고요. 


외부 작업을 할 때면 가끔 ‘이런 귀여운 포즈나, 깜찍하게 만들어 주세요!’라는 요구가 있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면 ‘저희 애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라고 거절하기도 해요. (웃음) 



스토링텔링에 있어서는 우리가 일관된 목소리로, 일관된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는지. 아무래도 캐릭터를 운영하는 회사다 보니까 콜라보 작업을 진행할 때도 캐릭터가 자기에게 맞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경영자와 창작자로서 두 분은 서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저희 둘의 역할은 분리되어 있는 편이라, 의견 충돌과 타협이 끊임없이 일어나요. 저는 비즈니스 영역을 맡고 있고, 조디는 크리에이티브한 사이드를 맡고 있다 보니까 서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작업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작업에 따라 어떤 것에 더 가중치를 더할지를 정하고,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브랜딩과 경영이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브랜딩을 잘한다고 해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을 잘하고 매출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해서 브랜딩이 잘 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 두 가지를 모두 잘하려면 끊임없이 내부적으로 의심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갈등이 있을 때마다 동업자로서 어떻게 해결하는 편인가요? 


서로 믿어주기. 사업적인 영역들에 있어서는 제가 좀 더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저를 믿어주고, 또 크리에이티브한 사이드는 조디가 의사결정을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존중해 줘요. 


조디 예전에는 감정적으로도 힘들어서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웃음) 지금은 누군가의 의견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는 편이에요.


벤 이제는 저희 둘뿐만 아니라 저희와 함께해 주시는 팀원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분들의 의견도 같이 수용하고, 개인적인 결정보다는 팀으로서 같이 결정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두 분 모두 좋아하는 일로 시작해 직업이 되신 케이스인데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의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장점은 ‘끊임없이 계속해도 재밌다’. 고민하는 과정도 굉장히 즐거운 일이고,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점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하고 싶다는 부담감도 크다는 점. 우리 정말 잘하고 있구나 싶다가도, 한순간에 제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조디 이 일을 통해 취향이 같은 분들을 만나고, 같은 그룹에 있다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단점은 창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야 한다는 거. 그리고 누군가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는 게 가끔은 막막할 때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조구만 스튜디오가 앞으로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벤 지금 스스로가 너무 작다고 느끼시는 분들이나, 힘든 순간을 겪고 계신 분들도 많을 텐데, 사실 우리 모두는 원래 그렇게 작은 존재들이거든요. 꼭 사회가 정해 놓은 틀이나 방향을 쫓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면서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의 행복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아량과 의지를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조디 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인데, ‘친절한 건 멋진 거’라는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어요. 친절하다는 건 약한 게 아니고, 쿨한 거다. 다들 매일 각자의 전투를 하고 있잖아요.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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